본문 바로가기
Daily

커피로 시작하는 하루

by 짜깡이 2020. 12. 16.

어느덧 20대 중반의 나이, 코로나로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는 와중에 신입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신입이라 바쁘거나 급한 업무가 없다보니 

간단한 서류작성부터 문서관리나 쏟아지는 메일 관리도 이제는 차차 익숙해져 간다.

(편지함에 30000개 가까이 쌓인 네이버 메일만 사용하는 내게 아웃룩 메일 규칙 설정은 정말 신세계였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아침마다 사무실에 비치된 커피와 로투스 비스킷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흔히 커피과자라고 불리는 로투스 비스킷...

 

 

 

어릴 때 어머니는 항상 드라마나 영화를 보실 때마다 커피와 커피 과자를 드셨는데

 

 

흔히 로투스 비스킷이라 불리는 이 커피 과자는 어린 내 입맛에는 딱 맞았지만 옆에 있던 커피는 그렇지 못했다.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 그 씁쓸함에 표정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고 왜 이런 걸 마시냐면서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그때 어머니의 '어른이 되면 너도 안다'라는 심플한 대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난 어른이 되어도 과자는 먹어도 커피는 안 먹어!'

빡빡 우기던 나는 이제는 커피 없는 일상은 몰려오는 졸음에 버티기가 힘들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커피를 마시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바로 입대를 하고 자대 배치를 받게 된 이후이다.

 

 

정보부대 소속이었던 나는 훈련이 적어 몸은 편하지만 그만큼 선임들의 부조리가 심한 부대에 속해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대를 배치받자마자 막내로서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을 2주 안에 인수받게 되었다.

 

 

커피, 빨래, 분리수거, 침구류 정리, 관물함 정리, 생활관 정리, 전화 대기 등 모든 생활 속 잡일은 모두 맡게 되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통신 사무실 출근과 동시에 시작되는 커피 타기!

 

 

준비물은 매우 간단하다.

 

 

종이컵과 커피포트 그리고 김연아가 광고하던 맥심 화이트골드 스틱이 끝이다.

 

 

하지만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스틱 커피를 타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Ice와 Hot, 그리고 선임들의 취향에 따른 물 조절로 인해서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놀라운 건 매뉴얼도 있었다... HOT은 종이컵의 2/3 지점, ICE는 1/3 지점까지 받은 후 얼음을 녹여서 만들었다..)

 

 

모든 선임들의 취향을 미리 파악한 뒤에

그 취향에 맞는 커피들을 매일 만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매일 같은 아침 6:30분 기상이 커피를 마시게 된 이유일지도...)

 

 

그 순간만큼 나의 주특기는 이미 커피를 타는 것이었고

전문 바리스타 수준(?)에 이르렀을 때는 후임에게 모든 것을 전수하게 되었다.

 

 

그렇게 커피머신이 된 나는 전역, 복학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된 지금까지도 커피를 졸음 억제기로써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입대를 하면서 부모님이라는 둥지를 떠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이미 독립을 해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른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다 보니 부모님이 생각난 김에 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본가에 내려가려고 KTX 표를 예매했다.

 

 

커피는 쓰고 맛이 없다던 어린 아들이

이제는 출근길에 한잔하는 커피 맛을 알게 된 것을 보면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조금은 궁금하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사 후 첫 프로젝트 마무리  (2) 2021.06.02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을 통해서 얻은 것  (1) 2021.05.10
다이어트 후기  (3) 2021.02.01
성공한 사람들  (3) 2021.01.20
꿈은 크게, 목표는 작게  (0) 2021.01.12

댓글